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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통신판매로 구매한 소니 DSC-F717을 받았습니다. 이번이 3번째 만남입니다.

2002년 국내 출시전 구매, 2005년쯤 한번, 그리고 2009년 오늘입니다. 첫 만남때만 해도 '130 만원'이 넘는 거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그 금액의 10% 넘는 금액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첫 만남과 두 번째 만남에선 아주 '순수한' 외형을 뽐냈지만 이번에는 '나름 상처를 간직한' 상태의 녀석입니다.

잠깐 출시 당시의 717의 전문가의 평가를 살펴보면,

소니 DSC-F717은 소니사의 최고급형 디지털 카메라 제품으로서 기존 소니사 샤이버샷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인 회전식 렌즈의 편리성과 그립감 그리고 뛰어난 조작성을 보여주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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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소니 DSC-F717제품은 524만화소 2/3인치 CCD와 밝고 선명한 칼짜이즈 바리오 소나 광학5배줌 렌즈를 탑재하여 동급 최고의 화질을 보장하고 있으며 손에 딱 달라붙은 안정적인 그립감과 뛰어난 조작성을 보여주어 촬영자로 하여금 보다 나은 사진 촬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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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 DSC-F717제품은 동급 최고의 성능과 화질을 보여주는 뛰어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을 보다 전문적으로 촬영하기를 원하는 사용자라면 이 제품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출시될 시절에는 무척 각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소니가 만들면 뭐든 가전 제품화된다', '카메라가 카메라다운 느낌을 줘야 하는데 너무나도 가전제품처럼 변해버렸다.' 라는 사용자들의 후기가 올라오면서 이를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글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누가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지만 반대로 누가 찍어도 비슷한(717 특유의) 사진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 717 기종은 '가전제품'으로써의 강력함과 '사이버틱한' 색감으로 인해 논쟁의 불씨로써 훌륭한 땔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서 예전의 땔감은 하얗게 타버린 재가 된지 오래입니다. 장터의 가격에서 관심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데, DSLR조차도 10 만원대에 매물이 나오는 상황에 똑딱이 717은 설 곳은 없어져 버렸습니다. 물론 제게는 처음 구매한 고가의 카메라여서인지 지금도 예전을 되새겨 구매하게 된 기종이기도 하지요. "카메라는 감성"이라고 하는 표현을 떠올리게 만든 기종이라고 봅니다. 

제가 가진 올림푸스 e-300 기종도 '취미로' 카메라를 다루는 데는 충분한 DSLR 기종입니다.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음을 충분히 숙지하고 구매해서 아직도 후회나 망설임이 없습니다. 가격 이상의 유용성을 충분히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고가의 카메라나 렌즈에 대해 갈망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고가의 기종들이 사진을 더 잘 찍게 해주지는 않지만(고가의 기종으로 기변해도 사진의 질 자체가 가격만큼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피사체에 대해 좀더 자유롭고, 다양한 기회와 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간혹 특정 상황에서 고가의 기종으로 10-20분만에 끝날 일이 저가의 기종으로는 2-3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물론 후보정으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후보정 또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지요. 저의 카메라 생활은 취미이지 업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 '언젠가' 구매하게 될 카메라 바디와 렌즈에 대해 장터에서 렌즈와 바디를 뒤져보는 것이 정기행사가 되어 가면서 '매력'으로 시작한 것들이 어느새 '집착'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717을 구매하고 정리하게 된 '이유'가 다시 반복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제 지름의 '원칙'은 "고가의 지름은 비용만큼의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면 지르지 말자" 입니다. 고가 제품을 구매하고 지속적으로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 지를 실제 경험하고 나면 좀더 단위가 큰 지름이 기다리고 있음이 알게 되었습니다. 

일시적인 만족감으로 지름이 지름을 낳는 상황이 지속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 회사들의 이미지 마케팅에 쫒겨 다녀야 했습니다. 고가의 바디와 고가의 렌즈를 가져야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세뇌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제가 만족할 만한 결과는 고가의 장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닿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구매했던 717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큰 지출이었지만 충분한 만족감-카메라 자체에 대한 만족감 뿐 아니라 '소니'라는 회사에 대한 만족이 상당했습니다-을 얻었던 717 카메라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지름을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메모리 가격 하나에 10만원이 훌쩍 넘었고, 광각 어댑터의 경우 100만원, 케이블 하나에 3-4만원이 드는 그런 제품이 소니였습니다. 어느 순간 판돈을 잃고 원금 생각을 하며 도박에 후회하는 기분에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717을 정리했습니다. 

수년이 지난 지금 717은 '착한' 가격과 함께, 올림푸스 e-300이 가진 (어두워지면 찍기가 힘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했습니다. 현재의 제 내공으로는 DSLR이나 똑딱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DSLR 카메라 바디와 렌즈 2개의 화각을 대신할 수 있는 '똑딱이'만으로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좀더 717을 잘 다룰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바디는 잔상처가 많고 렌즈에도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알갱이 모양의 코팅의 벗겨짐으로 보이는 얼룩이 있습니다. 아주 신동급의 바디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똑딱이의 성능을 보자면 500만 화소라는 점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구닥다리 장비입니다. 어떻게 보면 더이상은 디지털 바디로서의 생명은 다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렌즈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500만 화소라는 것도 감수하고 안고 가려합니다. 가격이 착한 점도 이유가 되지만 예전과는 다른 '옵션'이 붙어 있어서입니다.


첫 출시때 가격이 100만원 홋가하던 알루미늄 재질의 광각컨버터 VCL-HGD0758(0.7배)와 망원컨버터 VCL-HGD1758(1.7배)입니다. 이로써 올림푸스 DSLR이 가지지 못한 화각을 717로 보충하게 되었습니다. 

컨버터들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물이 아주 귀합니다. 이 제품의 경우 '상태 깨끗'이란 장점이 더 추가되어 있습니다. 지금이야 상대적으로 무거운 DSLR 카메라로 인해 '가벼운' 무게이지만 출시때만 해도 717 본체가 무겁다는 이야기가 곧잘 나왔습니다. 컨버터들의 무게도 만만치 않습니다.

컨버터로 인해 717 카메라 시세보다는 더 지출했지만-카메라 가격보다는 비쌉니다- 20 만원대에 해결을 봤습니다. 

접사 부분도 해결이 되고(717 접사는 정평이 나 있습니다), 화각도 충분히 맞춰졌습니다(35mm 환산 38~190mm, 컨버터 사용시 24.5~323mm), 어두운 곳에서도 문제가 없습니다(F2.0~2.4). 메모리는 2기가로 아주 충분합니다(첫 구매시엔 128메가로도 불편함 없었습니다).







오늘 회사에서 717을 택배로 받고, 귀가하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잠깐의 717의 사용에서 기기의 장점으로는 밝은 렌즈값과 어두운 환경에서도 사진이 잘 찍힌다는 점이고 단점으로는 올림푸스 색감에 익숙해 있어 낯설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칼자이스의 평판에 맞는 화질을 보여줍니다.

좋은 느낌이 계속 되길 기대해 봅니다.





717 매뉴얼






















DSC-F717 과 DSC-F707의 외관비교